2021 수능 국어 '빗나간 예상' 왜?

작성자 
고민서 기자
작성시간
2020-12-04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2021 수능 국어 '빗나간 예상' 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일 전국 86개 시험 지구에서 치러졌다. 당초 11월 19일로 예정됐던 이번 시험은 코로나19로 1학기 개학이 미뤄지는 등 학사일정 전체가 순연됨에 따라 2주 연기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12월 수능이 됐다.

입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변동이 많았던 학사일정 등을 고려해 수학 가형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시험이 무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막상 시험지를 받아든 수험생들은 전문가들이 쉬웠다고 말했던 국어 1교시부터 체감 난도가 높았다고 반응했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민찬홍 한양대 교수는 이날 2021학년도 수능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예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민 위원장은 "지난 6월 모의고사와 9월 모의고사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졸업생과 재학생 간의 학력 격차, 또 재학생들 간의 성적 분포 등에 있어서 예년과 달리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출제하는 데 있어서도 예년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뒀고, 다만 특히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조심했다는 점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전에선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수험생들은 의외로 국어영역에서 고전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직교사와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수능 국어가 전년도 수능이나 올해 6월·9월 모의평가와 비교할 때 난이도가 비슷하거나 다소 쉬웠다고 입을 모았는데, 학생들은 의외로 어려웠다는 경우가 많았다. 가채점 결과를 기반으로 입시업체들이 분석한 수치에서 이날 밤 기준 국어영역 1등급 커트라인 예상치는 유웨이·메가스터디·이투스 87점, 종로학원 89점이었다. 91점이던 작년과 견줘볼 때 2~4점 떨어졌다.

입시 업체들은 문제 자체는 어렵게 출제되지 않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칸막이가 있는 책상에 앉아 수능을 보는 등 코로나19에 따른 시험 환경 변화가 실제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를 끌어올렸을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이른바 '끓는 물 국어였다'는 반응까지 내놓기도 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영역별로도 신유형과 고난도 문항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그간 수험생들을 어렵게 했던 독서 문항이 난이도 있는 문제가 출제되지 않아 평이하게 느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러나 수험생들의 반응은 달랐다. 아마도 학습량의 부족이나 실전 연습 부족이 이유가 아닌가 추측된다"고 했다.

2021학년도 수능 2교시 수학영역에 대해서는 자연계열 학생이 주로 보는 가형이 작년 수능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반면 인문계열 학생이 많이 응시하는 나형은 전년도와 비슷하거나 약간 쉬웠다는 게 현직 교사들과 입시 업체의 평가였다.

대입상담교사단의 김정환 대구혜화여고 교사는 수학 가형에 대해 "수학 나형에서 4점짜리로 출제된 문항 3개가 가형에서 3점 문항으로 갔고, 고난도 문항이 늘어나면서 수험생들이 다소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며 "중난도 문항의 풀이 과정이 다소 길어지면서 중위권 학생은 시간 안배에서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고, 기하 문항이 미적분 문항으로 출제돼 상위권 학생도 다소 까다롭게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수학 나형에 대해 오수석 소명여고 교사는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한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됐다"며 "다만 개정 교육과정 취지상 교과 내용 양이 10% 정도 줄었지만, 쉬워졌다기보다는 깊이 있는 사고력과 응용력을 요구하는 문항들이 변별력을 갖고 출제된 경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영역은 평이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유성호 인천 숭덕여고 교사는 "전체적인 난이도는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 쉬웠고,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다만 31번부터 시작되는 어려운 문항들 중 문맥 파악이 쉽지 않은 지문이 몇 개 있었다. 중상위권 학생을 변별하는 문항으로 역할을 했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영어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은 올해 6월 모의평가 때 8.73%였다가 9월 모의평가에서는 5.57%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이번 수능에서는 작년과 비슷한 7~8%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2021 수능을 본 학생은 42만6344명(이하 1교시 기준)으로 전년도(48만3068명)보다 5만6700여 명 급감했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와 더불어 코로나19 여파로 수능 지원자 중 실제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번 수능에서의 1교시 결시율은 13.1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수능 지원자 중 재수생을 비롯한 졸업생 비율은 27%를 기록하며 2004학년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응시생 수가 줄면 상위 4%가 받을 수 있는 상대평가 1등급 인원이 줄어들게 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등급 간 인원 감소로 결국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전년도보다 늘어나고, 정시 경쟁률과 합격선도 동시에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앞으로 남은 대학별 고사 '줄줄이'
3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은 숨 돌릴 겨를도 없이 남은 대학별 고사와 정시 전형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학 상당수가 수시 전형의 논술·면접 등 절차를 수능 이후로 연기했다. 따라서 당장 수능 다음날인 4일부터 대학별 고사가 줄줄이 치러진다.

현재 수능 이후 논술을 계획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학은 '대면 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대학에 따라선 하루 최대 1만명이 넘는 수험생이 학교에 모이는 만큼 코로나 방역에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대학들은 학생 간 거리두기 확보 차원에서 보통 1~2일에 몰아서 하던 논술 고사를 2~3일에 거쳐 오전·오후로 분산하고, 시험장 역시 예년보다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는 등 방역에 총력전을 벌였다.

수능은 끝났지만 대학별 고사를 봐야 하는 수험생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코로나19 확진·자가격리자 모두 수능에 응시할 수 있었던 반면 대학별 고사는 동영상 업로드 방식의 일부 비대면 면접을 제외하면 대부분 확진자에 대한 응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자가격리자에 대한 응시 기준도 일정 부분 제한(교육부 평가일 기준 이틀 전 격리자만 응시)된다.

가령 가장 먼저 4~5일 대면 논술을 진행하는 숭실대는 자가격리자로 분류된 수험생에 대해 평가일 기준 이틀 전 오후 5시 30분까지 대학이 인지한 수험생에 한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건국대는 5일,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는 5~6일, 경희대는 5~7일에 각각 논술 고사를 실시한다. 뒤이어 연세대는 7~8일, 이화여대·한국외대는 12~13일에 각각 논술 고사를 진행한다.

면접은 대부분의 대학이 비대면 방식으로 치를 예정이다. 보기 드물게 서울대는 11일(일부 단과대 별도 일정) 일반전형과 18일 지역균형 선발전형 등의 면접을 일반 수험생과 자가격리 수험생으로 나눠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일반 수험생은 고사 당일 학교에서 면접을 보게 되며, 자가격리 수험생은 권역별 격리자 고사장에서 비대면 화상면접으로 응시하게 된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대학별 고사의 세부적인 사항이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학교마다 공지하는 수험생 유의사항을 잘 살펴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 성적은 오는 23일 발표된다. 대학별 정시모집 원서접수는 내년 1월 7일부터다.

교육부, '전문대 석사과정' 도입
전문대학에 실무 중심의 고숙련 전문기술인재를 육성하는 석사 과정이 도입된다. 교육부는 내년 전문대 4곳을 선정해 시범운영한 뒤 2023년부터 전면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지난 11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20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마이스터대 시범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마이스터대는 대학의 일부 또는 전체 학과에서 단기직무과정·전문학사과정·전공심화과정(학사)·전문기술석사과정까지 직무 중심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는 대학을 말한다. 주로 이론에 중점을 둔 일반대학원과 차별화해 명장·기능장과 같은 전문기술분야의 숙달된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대학은 학교별 특성화 분야, 지역 전략 산업, 첨단(신기술) 분야, 산업체 수요 분야 등에서 마이스터대를 운영할 수 있다.

향후 마이스터대로 지정된 대학은 교육과정을 직무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단기 직무 과정은 자격증 취득과정, 단기 직무 과정 등을 이수한 후 결과를 조합해 학위를 인증하는 '마이크로 디그리(Micro-degree)' 등으로 운영해 재교육·취업 역량을 지원하도록 구성한다. 전문기술석사 수준의 고도화 과정에서는 학사학위를 소지하고 관련 분야 재직경력 3년 이상인 사람에게 직무 중심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특히 마이스터대에선 교원의 60% 이상을 기술 전수가 가능한 현장 전문가로 구성하고 직무연수를 통해 교원의 현장 역량을 강화한다. 아울러 평생직업교육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성인학습자가 시·공간 제약을 극복해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야간·주말 수업, 온·오프라인 연계 교육(블렌디드 러닝) 등 다양한 학사제도를 운영한다.

다만 전문대에서 석사과정을 운영하려면 고등교육법 개정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조속히 법 개정을 통해 전문기술석사과정 운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민서 기자 | esms46@mk.co.kr

<매일경제신문> 교육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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