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잡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공포

작성자 
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작성시간
2019-10-04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돼지 잡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공포


지난달 17일 경기 파주시의 한 돼지 농장에서 우리나라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양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9월 27일 기준으로 경기 파주, 연천, 김포, 인천 강화 등 모두 9곳의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0세기 초 케냐에서 처음으로 발생했습니다. 1957년 선원이 먹다 버린 돼지고기를 통해 유럽으로 유입된 후 유럽 전역으로 퍼지다 중남미까지 전파됐습니다. 2007년에는 조지아에서 발생해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국에도 퍼졌고 아시아에선 지난해 8월 중국 랴오닝성에서 발생한 게 최초입니다.


중국에서는 한 달 사이 2000km나 떨어진 지역까지 퍼져가는 등 삽시간에 전역으로 번져 공포감을 키웠습니다. 이 기간 동안 1억 마리 이상의 돼지가 폐사하거나 살처분돼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해보다 47% 오르기도 했습니다.


돼지열병은 치사율이 100%에 이르지만 사람에게 전염되는 질병은 아닙니다. 돼지과 동물에만 감염되는데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도 없는 데다 감염 경로마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공장식 축산이나 복지형 농장의 사육돼지이건, 야생 멧돼지이건 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죽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감염된 돼지와 돼지 생산물을 이동시키거나 오염된 남은 음식물을 돼지에게 먹이는 경우, 야생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옮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잠복기는 3일에서 최장 21일입니다. 외국 사례를 보면 먼 지역에 전파되는 경우는 남은 음식물이 주요 경로로 파악되며, 가까운 거리의 경우는 야생멧돼지에 의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난 직후 ‘가축 등에 대한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렸습니다. 예방적 살처분도 진행했습니다. 예방적 살처분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을 중심으로 일정 반경 안에 있는 농장의 가축을 죽이는 작업입니다.


현재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하도록 규정하는 긴급행동지침의 범위를 발생농장으로부터 500m 이내에서 3km 이내 농장의 돼지까지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이에 따라 살처분 대상이 된 전체 돼지 수는 6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식품부)는 지난달 26일 저녁 7시 기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34개 농장의 6만2365마리의 돼지가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고, 2만2850마리의 돼지를 매몰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먹구구식 방식에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동물권 단체 ‘케어’와 ‘한국동물보호연합’은 기자회견을 열어 “구덩이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돼지를 주먹이나 몽둥이로 때리고 포크레인으로 밀어넣고 있었다”며 “살처분하는 돼지 수와 범위를 기준으로 살처분에 참여하는 용역업체의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에 불법적인 방법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동물보호법 제10조 2항을 보면, “축산물위생관리법이나 가축전염병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는 가스나 전기 충격을 이용해 고통을 최소화해야 하고,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음 도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매몰의 경우에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식품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을 보면, 살처분 인력은 “10일간 감수성 동물을 사육하는 축사 및 출산 관련 시설에 출입을 금지”하고 있을 뿐 비감염 지역으로의 이동을 통제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살처분 인력이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보니 사전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고 현장에 투입되며 사후 관리, 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연간 75만 마리의 소, 1500만 마리의 돼지, 8억 마리의 닭을 먹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질병 전문가들은 과도한 육식문화를 멈추지 않는다면 돼지독감(신종플루),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처럼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전염병이 올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책 <육식의 종말>(제러미 리프킨)과 <육식의 딜레마>(케이티 키퍼)는 육식 문화와 육식 산업을 다루고 있습니다. 공장식 축산으로 고통 받는 돼지를 다룬 영화 <잡식 가족의 딜레마>를 만든 황윤 감독은 <사랑할까, 먹을까>란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모르고 걱정만 하기보다 책을 찾아보며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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