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나와 다른 이를 향한 ‘벽’

작성자 
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작성시간
2019-10-16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난민, 나와 다른 이를 향한 ‘벽’

 

콩고 출신 앙골라인인 루렌도 부부는 콩고 출신자에 대한 앙골라 정부의 박해를 피해 지난해 12월 28일 한국에 왔습니다. 그날부터 287일 동안 인천공항 면세구역 환승 편의시설 한쪽에서 10살도 안 된 세 명의 어린 자녀들과 먹고 자며 지냈습니다. 아이들은 교육을 받지 못했고 아파도 제대로 치료할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앙골라 경찰에게 붙잡혀 고문과 폭행 등을 당했지만 한국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난민으로 인정할 사유가 없다”며 난민 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루렌도 가족이 공항을 ‘탈출’할 수 있게 된 건 법원의 판결이었습니다.

 

지난달 27일 법원은 이들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기각이 났던 원심을 깨고 “앙골라 정부로부터 박해를 피하려는 급박한 상황으로 볼 여지도 있다”며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습니다. 이들 가족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일시적으로 한국에 머물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가족처럼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살아온 나라를 버리고 도망치는 이민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국경과 지역, 인종에 대한 차별은 물론 같은 나라 안에서도 종교나 민족 간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유엔난민기구가 공개한 <글로벌 동향보고서 2018> 자료를 보면, 갖은 이유로 자신의 삶터에서 쫓겨난 이들이 7080만 명에 이릅니다.

 

강제이주민은 크게 3개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무력 충돌에 의한 폭력과 재난 등으로 자신의 주거지에서 쫓겨나 다른 지역에서 피신 중인 사람, 내전이나 전쟁, 박해로 자신의 국적국을 강제로 떠난 사람, 출신국을 떠나 제3국가에서 난민지위 심사를 기다리는 난민신청자 등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제3국에 재정착한 난민은 9만2400명으로 전체 대기 중인 난민의 7%에 불과했습니다.

 

강제로 삶의 터전을 떠나온 이들은 그 나라에서도 혐오와 편견에 맞서고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제대로 된 생활을 꾸리기 힘든 상황입니다. 법무부의 ‘2018 난민 신청 및 처리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이 1만6173만 명으로 난민인정 신청 접수를 시작한 1994년 이래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심사를 받은 3879명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된 사랑은 144명으로 3.7%에 불과합니다. 세계 평균 난민 인정 비율인 29.8%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난민을 받아들일지 거부할 것인지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있습니다.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려는 이주민과 난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기존의 1.5m 높이의 차량 방벽을 약 9m 높이의 철제 장벽으로 개조하는 공사로 그 길이만 해도 3140km에 이릅니다.

 

<장벽-세상에서 가장 긴 벽>(내인생의 책)은 이탈리아의 작가이자 언론인 부부와 일러스트레이터 마우로 사코가 함께 펴낸 그림책입니다. 이주민, 난민 등 인류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분리하고 배제하며 쌓은 마음의 ‘벽’에 대해 풀어냈습니다. 배우 정우성 씨가 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원더박스)이란 책은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세계 난민촌을 찾아 마주한 경험과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지난해 강제 출국될 위기에 있었던 이란 출신 중학생 김민혁 군은 친구들이 발 벗고 나선 덕분에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같이 놀고 공부하던 김 군의 친구들은 사정을 접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고, 집회를 열고, 인터뷰를 하며 김 군의 강제 출국을 막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8월, 김 군의 아버지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미성년자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인도적 체류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김 군의 친구들은 “같은 가톨릭 개종자이고 같은 이란인이라 둘 다 박해 위험이 있음에도 같은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한 아들과 아버지에 대한 판정이 달라 인도주의를 짓밟고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결과”라며 그들을 다시 돕기로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난민을 받아들여야 할까요.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 게 맞을까요. 루렌도 가족의 일뿐 아니라 앞서 소개한 책과 김 군의 사례를 통해 난민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들과 관계 맺기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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