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구멍은 1개일까, 2개일까? 해답은 위상수학으로
작성자
박현선 기자
작성시간
2019-10-31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19-10-31
조회수
381

출처: 픽사베이


빨대 구멍은 1개일까, 2개일까?”


간단한 질문은 한때 세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논쟁을 일으켰던 주제다. 1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빨대의 처음과 끝이 연결돼 있으므로 1' 말했고, 2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출입구가 2개인 건물은 문이 2개라고 하지 1개라고 하지 않는다 2개파에 무게를 실었다. 우스꽝스러운 논쟁인 같지만, 사실 답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상당히 고등한 수학 지식이 필요하다. 바로위상수학이라는 개념이다.

 

머그잔=도넛?

위상수학은물체의 모양을 바꿔도 변하지 않는 기하학적 성질을 연구하는 분야. 여기서 모양을 바꾼다는 것은 구부리거나 늘리거나 줄이는 행위로, 물체에 새로운 구멍을 내거나 찢어서는 된다. 대상을 찰흙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위상수학에서는 흔히 손잡이 달린 머그잔과 도넛이 같은 물체라는 예시를 드는데, 얼핏 생각해서는 말이 되지 않지만 찰흙을 직접 주물러 변환해 보면 가능하다는 것을 금방 있다

 

단계적으로 상상해 보자. 먼저 구멍이 없는 그냥 찰흙공이 있을 이를 평평하게 누르면 접시 모양이 된다. 찰흙을 찢지도 않았고 구멍을 내지도 않았으므로 공과 접시는 위상수학적으로 같은 물체다. 다음엔 손잡이 달린 모양의 찰흙에서 시작한다. 액체가 담기는 움푹한 부분은 주둥이는 있지만 출구가 없으므로구멍 아니다. 부분을 눌러 홈을 메우고 손잡이 부분과 두께를 맞추면 도넛 모양이 된다. 이번에도 새로운 구멍을 내지 않고 찰흙을 구부리고 늘렸을 뿐이므로 손잡이 달린 컵과 도넛은 위상수학적으로 완전히같은물체다. 이럴 사물을위상 동형이라고 부른다.  

 

수학과 교수가 내놓은 답은?

다시 빨대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위상수학적으로 빨대는 어떤 물체일까.


초유의 빨대 논쟁 사태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수학과 교수인 케빈 너드슨 교수였다. 너드슨 교수는 ‘Forbes’ 발표한 기고문에 빨대를(S1)X구간(I)’이라고 수학적으로 정의한 , 1차원 폐곡선으로 이뤄진 2차원 공간인 원이 1개이고 이것을 길게 늘였을 뿐이므로 빨대의 구멍은 1개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빨대는 구멍 1개에 길이를 곱한 도형이라는 뜻이다. 길이에 구멍이 있을 수는 없으므로 빨대가 뻗어 있든, 마시는 한참 걸리는 빙글빙글 꼬인 모양이든, 구멍의 개수는 항상 1 것이다. 또한, 도넛 모양 찰흙의 두툼한 부분을 눌러서 얇게 펴면 빨대 모양이 되므로 도넛과 빨대 역시위상 동형이다. 위상 동형인 물체는 기하학적 성질이 같으므로 도넛처럼 빨대의 구멍도 1개다. 너드슨 교수는오늘은 위상 수학의 승리라며 1개파의 손을 들었다

 

위상수학은 기하학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기하학을 뛰어넘어 현대수학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도구로 쓰인다. 불필요한 부분을 배제하고 대상의 본질에 집중하는 위상수학의 논리 구조 자체가 다른 분야에서도 유용한 접근법이 것이다. 수많은 속성을 지닌 대상에서 자신이 풀고자 하는 부분만 뽑아내 바라보는 위상수학적 사고는, 비단 수학뿐 아니라 다른 학문과 우리의 일상 문제에서도 유의미한 해결법이 된다.  

 

간단한 수학 실험으로 새롭게 생각해 보자

이쯤 해도 위상수학이 뭔지 정확히 알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략찰흙으로 주물러 만들 있는 모든 물체가 위상수학적으로 같다 것만 알고 있으면 굉장히 높은 수학지식을 지니는 셈이니 외워 뒀다 써먹길 추천한다. 자녀가 있다면 흔한 놀이도구인 찰흙 하나만으로도 수학 실험을 해볼 있다.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던 대상이 어떤 방법을 통해서 같아질 있다는 보여 주기만 해도, 아이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경험할 있다.

 

마침 오늘, 10 31일은 각종 디저트와 유쾌한 장난이 가득한 핼러윈데이다. 도넛, 베이글, 혹은 비비 꼬인 빨대가 보인다면 얼른 집어 들고 질문을 던져 보자. “여기 구멍은 개일까?” 그리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답하자. “? 2? 촌스럽게 요즘 시대에 위상수학도 몰라?” 분위기가 싸해지면 수학자로 분장한 거라고 얼른 둘러대면 된다


 

박현선 기자 | tempus1218@donga.com

동아사이언스에서 수학 기사를 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수학이란 학문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전할 있을지 고민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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