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악플’

작성자 
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작성시간
2019-10-31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유명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악성 댓글’ 막으려면

 

10월 14일, 배우이자 가수였던 설리(본명 최진리)가 25살의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졌고 그가 악의적 댓글로 인해 우울증을 앓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댓글 실명제’나 ‘차별금지법’ 등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2005년 아역배우로 연예 활동을 시작한 설리는 2009년 아이돌 그룹 에프엑스(f(x)) 멤버로 데뷔하며 스타가 됐습니다. 2015년 그룹을 탈퇴한 뒤에는 연기와 예능 활동을 병행해 왔습니다. 그는 평소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해 왔습니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영광스러운 날’이라고 지지 발언을 했습니다. JTBC의 <악플의 밤>에 나와서는 “브래지어는 액세서리일 뿐”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평범한, 여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사람들의 악의적인 시선에 괴로워했습니다. 동료 배우를 ‘선배님’이라 부르지 않는다, ‘여자는 여자가 돕는다’는 영어 문구로 쓰인 티셔츠를 입었다, ‘노브라 셀카’를 올렸다는 이유로 악플에 시달렸습니다. 악의적 루머와 댓글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2014년 연예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격성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익명성이 보장될 경우 공격성이 최대 6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익명 여부를 떠나 타인을 향한 공격성 악플은 물리적 폭력보다 더한 ‘언어 폭력’이자 ‘감정 폭력’입니다. 표현의 자유나 스타에 대한 소비자의 권리도 아닌 ‘범죄’일 뿐입니다.

 

실제 유명인 뿐 아니라 일반인도 언제든지, 누구인지도 모를 이들에게 악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찰청 집계를 보면 악플로 볼 수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 범죄는 지난해 기준으로 1만5926건으로 전년보다 약 20% 늘었습니다. 실제 신고하지 않은 건수를 합하면 이보다 더 높을 것입니다.

 

설리의 죽음 이후 ‘인터넷 댓글 실명제’나 ‘차별금지법’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진리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고 현재 2만 명이 넘는 이들이 참여했습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실시한 인터넷 실명제 도입 찬반 조사에서도 69.7%가 찬성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인터넷 실명제는 지난 2007년 본인확인제란 명칭으로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5년 뒤인 2012년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위헌 결정을 했습니다. 인터넷 실명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미 페이스북 등과 같이 실명을 기반한 SNS에도 악플은 쏟아지고 있고, 아이디를 도용해 얼마든지 악플을 달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적 처벌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현행법상 명예훼손 등 처벌의 양형 기준을 높여서 실질적으로 처벌하자는 것입니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형량 및 벌금 규모 등에 대한 기준을 말합니다. 현재 살인, 뇌물, 성범죄, 횡령․배임, 절도, 사기, 선거 등 20개 주요 범죄의 양형기준이 시행 중입니다.

 

이번 사건처럼 사이버 모욕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번질 경우 법관들이 논의해 명예훼손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악플러는 사이버 명예훼손과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 처벌합니다. 하지만 실제 판결은 벌금 300만 원 정도가 최고형이고 실형을 받은 사례도 거의 없습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는 “댓글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포털과 언론이 댓글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혐오와 차별 발언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평소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도움을 받고 싶은 이들은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으로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이 가능합니다.

 

설리는 지난 5월 자신의 SNS에 한 인용문을 올렸습니다. 그가 살아온 길이 어땠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글입니다. 그를 떠올리며 한번 곱씹어보길 바랍니다.

 

“가시밭길이더라도 자주적 사고를 하는 이의 길을 가십시오. 비판과 논란에 맞서서 당신의 생각을 당당히 밝히십시오. 당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 ‘별난 사람’이라고 낙인찍히는 것보다 순종이라는 오명에 무릎 꿇는 것을 더 두려워하십시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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