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에 벌레! 수능금지곡을 판별하는 공식은?
작성자
박현선 기자
작성시간
2019-11-14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19-11-26
조회수
426

출처: 픽사베이


11월 14일 목요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수시 비중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능의 무게는 만만치 않다. 수험생들은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수능 한 달 전부터 신체 리듬을 시험 시간표에 미리 맞추기도 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능 도시락에 미역 메뉴를 빼는 등 만전을 기한다. 그런데 이런 수험생들이 반드시 주의해야 할 또 다른 방해요소가 있다. 바로 ‘수능금지곡’이다.


수능금지곡, 기분 탓 아니야

우리나라에서 수능금지곡이 본격적으로 화제가 된 것은 대표적인 두 곡, SS501의 ‘U R MAN’(일명 암욜맨)과 샤이니의 ‘링딩동’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한번 떠오르면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는 주장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으면서 수험생들이 특히 멀리해야 할 곡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후 매년 수능이 다가오면 ‘2018 수능금지곡 리스트’, ‘2019 수능금지곡 리스트’ 등이 각종 SNS에 올라오게 됐다. 과연 수능금지곡의 중독성은 그냥 그럴듯한 후크송이 만들어 낸 환상일까?


‘귀벌레’는 실제로 곡이 들리지 않을 때도 특정 멜로디가 머릿속에 반복되는 현상을 뜻하며, 과학적으로는 ‘비자발적 음악 형상화’(Involuntary musical imagery·INMI)로 정의된다. 이는 신경 과학자, 심리학자, 뇌과학자 등 여러 분야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었다.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제임스 켈라리스 교수는 98.0%의 사람들이 귀벌레 현상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귀벌레 현상을 일으키는 노래 중 약 73.7%가 가사 있는 노래, 7.7%가 악기 반주만으로 이뤄진 노래라는 통계를 제시했다.


또 자쿠보우스키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유명한 곡일수록 귀벌레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빠른 템포, 익숙한 멜로디, 특이한 간격 혹은 반복이 포함된 곡의 구조일수록 귀벌레 현상이 쉽게 일어난다. 연구팀은 이러한 노래의 예시로 레이디 가가의 ‘Bad Romance’, 마룬5의 ‘Moves Like Jagger’ 등을 꼽았다.


귀벌레 현상 일으키는 곡 판별 공식

한편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016년 귀벌레 현상을 일으키는 핵심 요소를 놀라움, 예측가능성, 반복되는 리듬, 강한 멜로디, 수용성(음악을 듣는 사람이 해당 노래를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지수)으로 꼽고 이를 수학 공식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이 공식은 다음과 같다.


    수용성+(예측가능성-놀라움)+강한 멜로디+(반복되는 리듬X1.5)=귀벌레 현상 강도


연구팀을 이끈 비드 윌리엄스 교수는 “귀벌레 현상을 일으키는 곡들은 특징적인 ‘리듬 지문’을 갖고 있다”며, “멜로디를 없애더라도 그 리듬으로 노래를 구분할 수 있다”고 귀벌레 노래의 특징을 설명했다. 위 공식에 따른 가장 강한 귀벌레 노래는 퀸의 ‘We Will Rock You’다. 윌리엄스 교수팀이 발표한 귀벌레 노래 ‘탑20’ 중 상위 10위권에만 퀸의 노래가 3곡이나 등장하니 수험생들에게는 ‘퀸 주의보’를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11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오른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수능금지곡 대처법

학자들은 귀벌레 현상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퍼즐 풀기, 소설 읽기 등 다른 뇌 활동에 집중하기, 다른 노래 부르기, 껌 씹기 등을 제시했다. 다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는 귀벌레 현상이 쉽게 발생하지 않으므로 평소에는 수능금지곡이 귓가에 맴돌더라도 시험 중에는 저절로 잊힐 수 있으니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했듯, 수능금지곡의 공통점은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인기 곡이라는 점이다. 오늘 단 하루만은 이 좋은 곡들이 수험생들의 마음에서 사라졌다가, 시험 종료와 동시에 부활하길 바란다. 시험장을 떠나는 수험생들의 즐거운 콧노래가 내일 우리의 귀벌레가 되길 기원하며.



박현선 기자 | tempus1218@donga.com

동아사이언스에서 수학 기사를 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수학’이란 학문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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