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근절 위해 수학 나서다
작성자
박현선 기자
작성시간
2019-11-28
조회수
194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지난 11월 24일,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씨가 숨졌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다며 부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 설리 씨가 숨진 지 한 달여 만의 일이다. 고인이 세상을 등진 이유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다수의 언론은 그들의 죽음을 ‘악플’, 즉 악성 댓글과 연결 짓고 있다. 외신에서도 구하라 씨의 소식을 보도하며 한국의 악플 문제를 지적했다.


사이버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인 규제 법안은 미미한 수준이다. 과거 인터넷 실명제 등의 대안이 제시됐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고, 제대로 관리될 수 없다고 느낀 대중의 의사를 반영한 듯 설리 씨의 죽음 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아예 댓글기능 자체를 없애 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말 댓글 자체를 없애는 것 말고는 악플을 막을 방법이 없는 걸까?


인터넷 이용의 주 목적, 커뮤니케이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2018 인터넷이용실태조사 요약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터넷 이용률은 91.5%에 달한다. 이는 만 3세 이상 국민 5039만 명을 기준한 것으로, 인터넷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유아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같은 자료에서 인터넷 이용 목적 비율은 ‘커뮤니케이션’이 94.8%로 1위를 차지했다. 흔히 인터넷의 가장 큰 용도로 논하는 ‘자료 및 정보 획득’(93.7%)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즉 ‘실시간 소통’이 이용자가 인터넷에서 바라는 큰 강점이라고 볼 때, 단순히 댓글 기능 자체를 없애는 것은 건전한 소통을 하고 있던 사람들까지 차단하고 인터넷 문화를 위축시키는 대처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급증하는 사이버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악플을 정확히 잡아내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이를 위한 다수의 연구가 진행 중이며 특히 한국어의 특수성에 맞춘 국내 연구도 활발하다.


머신 러닝으로 악플 잡아낼 수 있다

머신 러닝은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일일이 가르치지 않아도 컴퓨터가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동작을 실행하는 기술을 말한다.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을 이기며 세상을 놀라게 했던 ‘알파고’가 여러 기보를 학습해 전혀 새로운 국면에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도 머신 러닝의 한 사례다. 실시간 정보 발생량이 인간의 관리 범위를 훨씬 웃도는 현재의 인터넷 사회에서는 머신 러닝이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머신 러닝으로 악플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먼저 악플 데이터를 학습시켜 그로부터 속성을 유추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대출’, ‘즉시만남’ 등 명확한 키워드로 걸러 낼 수 있는 스팸 메일과 달리, 악플은 특정 단어나 욕설을 꼭 사용하지 않아도 루머를 퍼뜨리거나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과, 댓글을 작성하는 네티즌은 ‘룸곡(눈물)’, ‘커엽(귀엽)’ 등 변형된 한글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머신 러닝 학습을 시키기에 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형된 단어를 다시 원래 단어로 복원시킨 뒤 형태소 단위로 의미를 추출하여 계산한 빈도수와 악성값, 악성지수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키는 방법이 연구됐다. 이때 빈도수는 ‘해당 단어가 나온 댓글의 수를 합산’, 악성 값은 ‘해당 단어가 들어간 댓글이 악성댓글일 경우의 수를 합산’, 악성지수는 ‘악성 값을 빈도수로 나누어’ 계산했다. 잘 정제된 학습 데이터양이 많을수록 악플 탐지율도 높았다.


악플 탐지에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머신 러닝 알고리듬의 종류로는 조건부 확률을 이용하는 ‘나이브 베이즈 분류기’, 패턴 인식과 회귀 분석을 이용하는 ‘서포트 벡터 머신(SVM)’, 네트워크를 형성한 각 노드의 가중치를 계산하는 ‘인공신경망’ 등이 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시민 의식

악플 탐지 기술이 더욱 발전해 실제 포털에 적용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건전한 인터넷 소통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시스템이나, 근원적으로 악플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애초에 악플이 생성되지 않는 인터넷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연예인은 물론 누구도 악플 때문에 상처받지 않는 의식 있는 댓글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박현선 기자 | tempus1218@donga.com

동아사이언스에서 수학 기사를 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수학’이란 학문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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