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노동'도 업무인가요?
작성자
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작성시간
2019-12-03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19-12-03
조회수
344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꾸밈노동’도 업무인가요?

 

2017년 9월 샤넬 화장품 매장 판매 직원 335명은 회사를 상대로 “2014년 7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조기 출근해 회사 지침에 따라 화장을 하고 옷을 입는 시간이 업무 수행과 연결된다. 노동에 대한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라”며 임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회사가 정한 제품과 가이드에 따라 용모를 단장해야 하는 ‘꾸밈 노동’이 정해진 근무 시간 외에 이뤄졌기 때문에 이를 노동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백화점이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10시 30분 전후이지만, 매장 직원들의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주장은 회사가 30분 더 일찍 출근해 메이크업과 복장 상태를 갖추도록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샤넬코리아는 직원들의 꾸밈노동을 요구하는 ‘그루밍 가이드’도 만들었습니다.

 

이 회사 뿐 아니라 면세점이나 명품 브랜드 본사는 직원의 용모를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 그루밍 가이드를 만듭니다. ‘그루밍’(grooming)이란 ‘몸단장’이라는 뜻의 영어단어입니다. 그루밍 가이드는 머리 모양과 화장법, 유니폼 착용법 등의 내용이 담긴 매뉴얼입니다. 샤넬 직원들은 회사의 요구에 따라 눈과 입술, 손톱 등 부위별로 사용해야 할 샤넬 제품의 목록과 액세서리를 착용해야만 했습니다.

 

법원은 최근 샤넬 화장품 판매 직원이 낸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직원들이 제기한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인데요. 거의 모든 근무일마다 직원들이 30분씩 조기 출근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출퇴근 기록 시스템이 없었고, 일부 매장의 CCTV 영상만으로 조기출근 여부를 명확히 입증할 수 없어, 회사가 꾸밈노동을 강제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결과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출근을 위해 화장하는 것까지 수당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냐”,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사명감이 없다”는 악성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안의 쟁점은 꾸밈 노동이 개인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회사의 ‘암묵적 강요’와 지시에 따른 의무였다는 점입니다. 여성의 외모와 여성성을 강조하는 잘못된 문화는 판매직 여사원 등 서비스업뿐 아니라 승무원, 은행원, 의사와 간호사에게도 해당합니다. 


실제 2018년 한 대형병원이 내부 복장 매뉴얼을 만들어 검토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면도, 로션과 은은한 향수 사용 등 위생적 부분과 깔끔한 인상을 유지하도록 한 남자 의사에 비해 여의사는 ‘화사한 메이크업’을 할 것을 규정했습니다. ‘생기 있는 메이크업, 아이라인 혹은 마스카라, 블러셔, 립스틱 사용, 마스크 착용시에도 메이크업과 틴트로 화사하게 할 것’ 등을 주문한 것입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병원 쪽은 검토 단계였다고 해명하며 사실상 매뉴얼을 없앴습니다.

 

지지난해부터 SNS를 통해 꾸밈노동에 대한 문제 의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런 현상을 반영하는 움직임들도 늘고 있습니다. 승무원도 바지를 입도록 허용하고,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하거나, 은행에서 사복을 입도록 하는 등 복장 규정을 느슨하게 하는 일입니다. 제주항공은 승무원들이 안경을 쓰고 네일아트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굽 낮은 구두를 자유롭게 신도록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자신과 맞지 않고 타인의 강요와 시선 때문에 억지로 해야 한다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일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에서 정한 천편일률적인 기준, 회사의 무조건적인 규정과 억압보다 개개인의 업무 태도와 사고방식을 존중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가장 자기다운 모습과 그 기준을 스스로 찾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남들에게 보기 좋은 모습은 자신이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울 때입니다. 몸을 치장하고 외모를 가꾸는 것은 의무가 아닌 ‘선택’입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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