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로 가능한 흑묘백묘론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12-04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중국 간쑤성 딩시에 자리한 루마차 초등학교엔 전교생이 3명이다. 10년 전만 해도 300명이 다녔는데, 도시로 이주하는 가정이 늘면서 인원이 백분의 일로 줄었다. 교사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영어 수업을 엉뚱한 중국어 교사가 담당하고 있고 음악, 미술 같은 예체능 시간은 아예 없다. 중국 수능인 가오카오 과목에 해당하는 국어(중국어), 영어, 수학 정도만 겨우 배우는 수준이다.


일부 초등학교의 문제만은 아니다.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간쑤성만 해도 전교생 수가 5명이 안 되는 초등학교가 1000여 곳이 넘는다. 이런 학교들을 왜 운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지만, 중국은 학생이 소수여도 폐교하지 않는다. 한 명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교육 철학이 엿보인다.


단순히 학교 간판만 걸어놓고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무의미한 일이겠지만, 최근 들어 질도 개선됐다. 에듀테크(EduTech)가 공교육 수업에 가미된 덕분이다. 특이한 것은 사교육이 공교육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골 학교들은 공영교사가 충원되기를 마냥 기다리기보다 에듀테크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식 실용주의를 연상케 한다.


달라진 학교에는 교사 대신 컴퓨터가 배치됐다. 컴퓨터는 교사와 시골 학생들을 이어 주는 오작교다.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온라인 러닝 플랫폼에 접속하면 옆 동네 교사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딩시 지역의 경우 4개 권역으로 나뉘는데, 각 권역별 학교들이 교사 풀을 공유하고 있어 우리 학교에 없는 수업은 타 학교 교사를 통해 벌충할 수 있다.


덕분에 루마차 초등학교 아이들도 예체능 교육을 받는다. 에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온라인 러닝 플랫폼을 통해 음악 선생님을 실시간으로 만나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동영상만 보는 인터넷 강의와는 다르다. 라이브 스트림(Live stream)으로 진행돼 학생과 교사가 서로 교감한다. 모니터 앞에 앉아 “저요, 저요” 하면서 교사의 이목을 끌려는 모습은 여느 오프라인 수업과 똑같다.


에듀테크 기술은 교사와 학부모의 거리도 좁혔다. 선전에 본사를 둔 푸장 테크놀로지는 학생의 학업 성취와 교사의 소견을 손쉽게 알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이 앱은 아이를 고향 친척에게 맡게 두고 도시로 상경한 농민공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멀리서라도 내 아이의 성적을 알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을 간파한 것이다. 하이난성 싼야 교육청은 100개 학교에 이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500개 학교와 30만 학생이 가입했다.


에듀테크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는 정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진핑 정부는 시골, 도시 간 교육 격차를 좁히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교육을 통해 도농 간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 안정화를 이루려는 것이다. 시골 학교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깔고 컴퓨터를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시진핑은 시골 학교 인터넷 속도를 높여 내년까지 주요 도시에 버금가게 하겠다고 공표했다. 난방 설비가 부족해 겨울엔 두툼한 외투를 입고 공부해야 하는 시골 학교지만, 인터넷 인프라만큼은 도시에 비교해도 꿀리지 않게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는 학습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고 교사, 학생 간 감정 교류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디지털 학습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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