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푹 빠진 쌍둥이 아빠
작성자
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작성시간
2018.04.11


연재안내 - 「책으로 노는 집 2012년 최화진, 김청연 저

「책으로 노는 집」은 자연스레 책을 접하며 가족만의 독특한 독서문화가 있는 아홉 가정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6년 전, 내가 만난 책 속의 아홉 가정은 독서를 따로 시간을 두고 특별한 활동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 그 자체가 삶에 녹아 있었다. 이 연재에서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가정 내 독서 문화를 이야기하려 한다. 필요에 의해 책을 찾거나 읽다가 포기한 분들, 가족들과 서먹서먹해 대화가 어려운 분들은 아홉 가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길 바란다. 조금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최화진-

 

 

그림책에 푹 빠진 쌍둥이 아빠 

대전에 사는 조범희씨는 독특한 취미가 있다. ‘그림책 읽기’다. 네 살 쌍둥이 딸을 위해 시작했지만 어느덧 자신도 푹 빠지게 됐다. 조 씨는 지역의 계룡문고 주인 이동선씨가 만든 ‘책 읽어주는 아빠’ 모임 회원이다.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 회원 모집 안내문을 보고 참여하게 됐다. 모임에서는 다른 아빠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는다. 화훼단지에서 일하는 그는 모임에서 ‘쌍둥이 아빠’, ‘꽃집 젊은 아빠’로 통한다.

 

그림책은 아이들만 보는 책이라는 선입견이 깨진지 오래다. 어른을 위한 힐링 그림책, 철학 동화책이 따로 나올 정도다. 사실 그림책은 어른 아이 따로 구분하지 않고 누구나 볼 수 있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고 어른은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녹인다. 글이 많지 않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거나 생각거리를 던지며 풍부한 독서를 할 수 있다.

 

조 씨도 그랬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마다 내가 다섯 살 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때의 나를 이해하고 안아주는 느낌이다. 일에 치여 여유롭게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한데 그림책은 금방 읽을 수 있고 그림만 봐도 스토리가 이해가 간다. 볼 때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이와 그림책을 볼 때 글만 읽고 넘어가지 않고 그림을 보며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아이들이 예기치 못한 이야기를 지어낼 때가 있다. 부모가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보거나 책에 나온 의성어, 의태어보다 더 기발하고 재미난 단어를 만들기도 한다.

 

조 씨는 책은 ‘몸으로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연 속에서 뛰놀며 동식물과 교감했던 자신의 경험을 쌍둥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자연 관련 책을 많이 보여주고 가능하면 들판에 나가 책에서 본 것들을 직접 찾아본다.” 여름이면 뜰채를 들고 고기도 잡으러 간다. 각시붕어와 피라미 등 책에서 봤던 물고기를 잡으면 ‘그때 책에서 만난 물고기들’이라고 설명한다. 반대로 책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생명체를 발견하면 집에 와서 그 생물이 나온 책을 뒤져 펼쳐본다.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이 적절히 어우러진 독서활동은 아이들 기억에 잘 남는다. 쌍둥이들은 책에서 봤던 곤충과 꽃, 풀 등을 밖에 나가 직접 만지거나 냄새를 맡으며 생물 공부를 한다. 일부러 가르치거나 억지로 외우는 게 아니라 자연스레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다.

 

조 씨가 책을 좋아하게 된 건 아내 덕분이었다. 그는 연애 시절 책방에서 데이트하자는 말에 깜짝 놀랄 정도로 책과 거리가 있었다. 아내가 추천해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내면이 성장하는 것을 느꼈고 그때부터 책이 좋아졌다.

 

“어릴 적 부모님은 자신감을 심어주기보다 ‘너는 안 된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런 환경에서 스스로 위축돼 지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유년 시절의 상처를 보듬고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지 마음가짐을 되새긴다. 그림책을 펼치면 어릴 때로 돌아가 다시 자라는 느낌이 든다.” 아이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도 여러 직·간접 경험을 하며 깨닫고 거듭난다.

 

조 씨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텔레비전이 있으면 아이들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텔레비전에 빠져 있는 부모라면 아이들 말을 놓치거나 건성으로 듣고 넘기기 쉽다. 쌍둥이는 한참 궁금할 게 많은 나이다. ‘이게 뭐냐’ ‘이 책 읽어달라’ 시도 때도 없이 이야기한다. 조 씨와 아내는 출근 준비로 바쁘거나 집안일을 하던 중이라도 아이들이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책을 집어든다.

 

조 씨는 사소한 이야기라도 아이들의 말을 충분히 듣고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그림책 읽어주세요”다. 그는 책을 읽어주면서 딸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자신들에게 관심이 많은지 표현한다.

 

자녀와의 대화거리를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그림책을 골라 아이에게 권해보자. 그때 “책 좀 읽어” 대신 “책 읽어줄까?”라고 말하는 게 중요하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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