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도 줄을 잘 서야 한다
작성자
김연필 시인
작성시간
201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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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일기 쓰기’를 바탕으로, 아이에게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고,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글쓰기 훈련법을 제시했다. 그런데, 막상 일기 쓰기를 지도하다 난관에 부딪친 분들이 있을 것이다. 분명 글쓰기 활동까지는 잘 유도했고 아이도 글을 잘 완성시켰는데, 이 글에 대한 구체적 지도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하는 분들 말이다.


문장 구성은 어른도 어렵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부분은 좋은 문장을 만드는 법에 대한 지도이다. 우리 세대에도 글쓰기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에 대한 교육은 이루어졌지만, 그 대부분이 문법상의(즉 문장을 구성할 경우의) 부분이 아닌 글의 내용 구성상의 문제에 대한 것들이었다. 따라서 깔끔하고 훌륭한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임에도 아이의 어색하거나 거친 문장을 수정하도록 지도하는 일에는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지도하기에 충분한 문법 지식을 갖춘 분이더라도, 그것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으로 바꿔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런 문장 구성 기술을 간단하면서도 아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하려 한다. 오늘 본격적으로 살필 것은 문장의 어순에 대한 문제다.


줄을 어떻게 세울까  

일반적으로 한국어에는 조사가 있어 어느 것이 주어이고 어느 것이 목적어, 보어인지를 표시할 수 있기에 어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이론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실제로는 분명히 자연스러운 어순이라는 게 있다. 아무리 봐도 문제가 없는 문장인데 뭔가 이상할 때는 십중팔구 이 어순이 어색한 경우이다. 아무리 문장성분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표지(조사)가 붙어 있다 하더라도 그를 일일이 확인하며 문장을 읽기란 피곤한 일이기에, 한국어에도 문장성분에 따라 문장 안에서의 적합한 위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초등학생 아이에게 문장성분을 들먹이며 주어는 문장의 맨 앞에, 서술어는 맨 뒤에, 목적어는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넣어라 하는 식으로 가르치면 아이는 알아듣기 어렵다. 이것들은 빨라도 중등, 보통은 고등 교육과정에서나 이야기하는 지식이다. 이럴 때는 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한 간단한 지식인, 육하원칙을 이용해서 좋은 어순 구성을 설명할 수 있다.


나는 어제 영수에게 만화책을 빌려 왔다

육하원칙은 사실 문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개념이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 육하원칙 중 앞의 다섯인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의 순서는 올바른 한국어 문장의 어순과 맞아떨어진다. 아래 문장들을 예로 살펴보자.

 

1) 나는 어제 영수에게 만화책을 빌려 왔다.

2) 철수가 아침에 뒷산에서 사마귀를 잡아 왔다.

3) 나와 영수는 뒷산에서 우연히 철수와 마주쳤다.

 

한국어 문장은 기본적으로 맨 앞에 주어가, 끝에 서술어가 배치되고, 그 둘 사이에 이외의 문장성분들이 보어(필수적 부사어), 목적어 순으로 배치된다. 1)의 경우 ‘나는’은 주어, ‘어제’와 ‘영수에게’는 보어(다만 학교 교육에서는 격조사의 혼동을 막기 위해 ‘필수적 부사어’라는 개념을 만들어 부사어로 취급한다), ‘만화책을’은 목적어, ‘빌려왔다’는 서술어가 된다. 그리고 이 어순은 육하원칙 중 ‘누가’(나는) ‘언제’(어제) ‘무엇을’(만화책을) ‘어떻게 했다’(빌려 왔다)와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영수에게’라는 부분이 남기는 하지만, 대체로 육하원칙의 앞의 5개 항목대로 배치하는 것만으로 깔끔한 문장이 되는 셈이다.

2)와 3)의 경우도 별다를 것이 없다. 2)는 ‘누가’(철수가) ‘언제’(아침에) ‘어디서’(뒷산에서) ‘무엇을’(사마귀를) ‘어떻게 했다’(잡아왔다)의 어순이고, 3)은 ‘누가’(나와 영수는) ‘어디서’(뒷산에서) ‘무엇을’(철수와) ‘어떻게 했다’(마주쳤다)의 어순에서 ‘마주쳤다’를 수식하는 부사어 ‘우연히’만 누락된 상태이다.

이 방식이 모든 문장의 구성을 완벽하게 잡아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간단한 설명만으로 전반적인 한국어 문장 어순의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의 기술이기도 하다. 이것을 아이가 몸에 온전히 익히도록 하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겠지만, 초등학교 시절 올바른 어순의 문장 쓰기를 몸에 익힌다면 향후 아이의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김연필 시인 | pencilkim86@naver.com

시 쓰고, 가끔 동시 쓰는 사람. 아이들을 오래 가르쳤다. 동물을 좋아해 여러 동물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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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체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