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간’이 필요하신가요?
작성자
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작성시간
2018.12.06
조회수
128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안내 - 「책으로 노는 집 2012년 최화진, 김청연 저

「책으로 노는 집」은 자연스레 책을 접하며 가족만의 독특한 독서문화가 있는 아홉 가정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6년 전, 내가 만난 책 속의 아홉 가정은 독서를 따로 시간을 두고 특별한 활동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 그 자체가 삶에 녹아 있었다. 이 연재에서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가정 내 독서 문화를 이야기하려 한다. 필요에 의해 책을 찾거나 읽다가 포기한 분들, 가족들과 서먹서먹해 대화가 어려운 분들은 아홉 가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길 바란다. 조금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최화진-


 

“워킹맘은 어딜 가나 죄인이야.”


한 선배의 탄식이다. 집에 가면 밀린 집안일을 하고 아이 숙제와 준비물도 챙겨야 한다. 놀아주지 못한 죄책감에 늦은 시간까지 아이와 시간을 보내다 쓰러진다. 책을 읽어주다 먼저 잠들 때도 있다.


회사에 있는 동안은 일하느라 정신이 없어 잠시 아이 생각을 내려놓고 있다. 가끔 친구 엄마나 아이를 돌봐주는 친정 엄마에게 전화가 오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방과후 시간인데 아직 교실에 안 왔다고 한다”, “하교 시간 지났는데 혼자 운동장에 있더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당장 달려가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기 일쑤지만 직장에서 불안한 티를 낼 수도 없다.

이런 워킹맘에게 자신만의 시간은 언감생심이다. 어딜 가도 온전히 그 시간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독박육아에 지친 전업맘도 예외는 아니다. 그나마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가 있는 몇 시간 동안은 짬이 나지만 집안 정리를 하고 아이 간식을 준비한다. 처리해야 할 일도 보고 마트에 들러 가족들 먹을거리도 사야 한다.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마음만 재촉할 뿐이다.


이렇게 바쁜 이들에게 가정 독서 문화를 만들자고 제안하면 “안 그래도 하루하루 빠듯한 시간을 보내는데 무슨 문화를 만드냐”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다. 가정 독서 문화가 싹트면 가정 안에서 상대의 독서 시간을 존중하고 허용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최영민 씨는 토요일 아침 읽고 싶은 책을 들고 집 근처 카페에 간다. 조용한 서재, 전망 좋은 거실을 두고 굳이 밖에 나오는 건 오롯이 책에 빠져들 수 있는 자기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다. 장소에 따라 사람의 기분이나 심리상태도 바뀔 수 있다. 요즘 카페에서 글을 쓰거나 과제를 하는 이들이 많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들은 적당한 소음이나 음악이 들리면 집중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한다.


최 씨는 부인에게도 책을 들고 읽고 싶은 공간으로 나가라고 권한다. 집에 있으면 책을 읽으려 해도 어질러진 거실, 정리해야 할 옷, 남편과 아이를 챙겨야 할 일이 눈에 밟히기 마련이다. 당연히 책의 내용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그런 아내라면 책 읽는 것 자체를 사치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최 씨는 자신이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책 읽는 맛과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아내에게도 그런 자유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런 독서 경험이 없었다면 책을 들고나가는 아내에게 “돈 아깝게 무슨 소리야, 그냥 집에서 봐도 되잖아”라고 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 읽는 문화가 없는 가정에서 홀로 책을 좋아하는 구성원은 ‘외톨이’가 되기 쉽다.


“너희 엄마는 교양이 넘치셔서 혼자 책을 보신단다.”

“너희 아빠는 나보다 책하고 얘기하는 게 더 좋으시단다.”

때론 이런 식의 비꼬는 대화가 오가기도 한다. “책은 많이 읽으면서 왜 책에 나온 내용대로 행동하지 않냐” 핀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문화가 형성된 가정에서는 다른 사람의 내밀한 책 읽기 시간을 받아들이는 넉넉함도 발휘되기 쉽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달라지는 걸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꼭 어떤 변화를 원해서가 아니다. 책이 아니더라도 다른 매체를 통해 자기 자신이나 타인과 소통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혼자 하는 게 익숙지 않아 어색하다면 함께 책을 읽는 모임에 먼저 참여해보는 것도 좋다. 동네 책방이나 동호회 등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모여 책을 함께 읽고 각자 인상적이었던 구절이나 감상평을 나누는 모임이 늘고 있다. 카페가 아니더라도 공원, 도서관, 찜질방 등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은 무궁무진하다.


차 한 잔 앞에 놓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탐독하는 시간.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부모가 자녀에게 그 경험을 나눠주고 싶다면 먼저 만끽해보길 바란다. 그 시간에 빠져본 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소중하고 달콤한 시간을 함께 누리길 바라게 된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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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체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