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은 왜 ‘망내’를 먼저 퇴근시킬 수밖에 없었나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4-12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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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0

출처: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광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가정보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몸 바친 분들의 희생정신은 존중해야 마땅하나, 사회는 그들을 ‘꼰대’라고 부른다. 꼰대의 어원이나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직감적으로 안다. 자신의 경험이 정답이고 전부인 것처럼 부하직원을 훈계하는 상사, 명문대를 가야 성공한다는 부모, 강의만 주구장창하고 질문 받기를 싫어하는 교사 등. 꼰대는 장소와 나이를 불문하고 어디에나 있다.


사실 이전까지 꼰대는 어르신으로 통했다. 좀 성가시긴 하지만 그들의 경험담이 실제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회라는 문제지가 워낙 빠르게 바뀌다 보니, 이전의 성공 방정식으로는 과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과는 반대로,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시대의 변화를 가장 먼저 캐치한 곳은 기업이다. 대기업들은 한 사람의 지식과 경륜, 수직적 소통 방식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2016년 삼성전자가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스타트업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연령이나 경력을 막론하고 상호 존칭과 영어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대표이사 ‘데이빗’이 이제 막 입사한 신입직원 ‘에릭’에게 겸손히 마케팅 전략을 물어봐야 하는 시대다.


야근과 잔업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오랜 근무가 사기 저하만 일으키고 창의성을 죽이는 역효과만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야근과 특근을 밥 먹듯이 했던 선배 세대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무 시간과 성과가 비례하는 시대는 끝난 듯하다. 모 대기업은 법정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넘어 35시간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달라진 기업 문화는 광고에도 드러난다. 모 음료회사는 퇴근 시간 풍경을 위트 있게 그려내 큰 공감을 얻었다. 광고 내용은 이렇다. 막내 직원은 ‘오매불망’이란 한자성어를 인용해 “오늘도 매순간 불태웠으니 망내 먼저 가보겠습니다”라며 상사에게 인사를 한다. 상사역으로 나온 이병헌은 순간 마뜩지 않은 표정을 짓지만, 이내 “좋아”라며 쿨하게 허락한다. 이병헌이 착한 상사라서 부하 직원을 먼저 보낸 것이 아니다. 광고 말미에 나오는 카피 문구처럼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업 문화뿐 아니라, 교육도 바뀌고 있다. 지식을 달달 암기하는 방식으로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2월 교육부는 36인으로 구성된 ‘미래교육위원회’를 발족했다. 우선 위원회 구성이 눈길을 끈다. 벤처창업가와 로봇공학자, 캐릭터 디자이너, 화이트 해커 등 다양한 직군의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위원회는 미래인재를 길러 내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는 미래교육위원회 출범식에서 창의적 사고와 자기주도성, 소통과 협업 능력 등을 핵심 역량으로 꼽았다.


사실 이는 에듀테크(EduTech) 전문기업들이 추구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에듀테크 기업들은 기존 교육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최첨단 기술을 가미해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와 흥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또 주입식 강의에서 학생과 AI 교사의 쌍방향 소통으로 학습 형태를 전환했다. 소프트웨어(SW) 교육을 통한 창의적 사고 배양도 에듀테크 기업들의 핵심 목표다. 4차 산업혁명이란 시대적 변화는 이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기업 문화는 물론이고, 교육의 틀까지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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