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택시 서비스, 방 없는 호텔의 공통점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5-03
조회수
1281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기존 산업에 디지털이 접목되면서, 실물 없는 아이디어가 실물 경제를 이끌어 가는 특이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K뱅크는 일반 은행보다 높은 예금 금리와 24시간 금융 서비스를 표방하며 ‘지점 없는 은행’ 시대를 열었다. 핀테크(fintech: 금융+기술)는 직접 은행을 찾아가 번호표 뽑고 은행원 앞에 서야만 했던 금융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옮겨 와 내가 있는 곳이 은행이 되는 마술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자동차 없는 택시 서비스 우버, 복덕방 없는 부동산 중계소 직방, 방 한 칸 없는 호텔 에어비앤비, 음식 없는 식당 배달통은 소비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기존 서비스엔 없었던 편의성과 신뢰를 제공한 덕분이다. 이처럼 디지털 혁신은 다양한 산업에 스며들면서 새로운 가치와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단 교육·출판 쪽은 예외다. IT기술의 발달로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와 같은 ‘교실 없는 학교’가 온라인을 타고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교육 지형도는 별로 바뀌지 않았다. 2017년 기준으로 전체 교실 대비 비율로 볼 때 무선인터넷 보급 수준은 초등학교 11.3%, 중학교 16.4%, 고등학교 15.7% 수준이다. 디지털 교과서 활용을 위한 스마트패드는 학교당 평균 9.8대에 그친다. 또 전자책이 나온 지 십수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종이책 시장이 압도적으로 크다. 미국 전자책 시장이 전체 출판 시장의 25%에 이를 동안 국내는 4%에 그쳤다.


교육 분야의 변화가 더딘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일부 학부모들이 IT 신기술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디지털 교육’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교육만큼은 아날로그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일정 부분 사실이다. 종이책은 전자책에 비해 집중하기 쉽고 학습 효과도 높다. 미국 닐슨 노먼 그룹 연구에 따르면, 태블릿으로 책을 읽을 경우 가독성이 6% 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서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페이지를 척척 넘길 때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과 오래된 책의 눅눅한 냄새, 무게감 등은 읽는 행위에 로망을 더한다. 학습 효과나 감성 면에서 종이책이 우월한데, 굳이 태블릿이나 디지털 교육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품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태블릿을 단순히 읽기 도구로 보는 것을 경계한다. 코끼리 다리를 만지고 코끼리를 기둥과 같다고 판단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블릿 중심의 디지털 교육은 읽기 매체의 변화를 넘어 300년이나 이어져 온 기성 교육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이전까지 수업은 교사가 주도하고 학생은 교사의 말과 글을 따라 적는 수동적인 입장에 머물렀다. 디지털 교육은 이 구도에 균열을 일으킨다. 학생은 담임교사가 아닌 각 분야 전문가의 영상과 텍스트를 통해 주도적으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또 예전엔 학교에 며칠만 못 나가도 진도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태블릿으로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다. 기존 수업이 읽기, 쓰기 중심이었다면, 디지털 교육은 증강현실(AR)이 접목된 덕분에 체험 학습까지 가능해졌다.


맞춤형 학습도 디지털 교육의 특징이다. 한 반 학생 30명이 모두 같은 내용, 같은 진도에 머물러야 했던 기존 교육과 달리, 디지털 교육은 수준별 학습을 지향한다. 다양한 레벨의 강의와 문제가 인터넷상에 널려 있기에 가능하다. 더불어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학생의 실력과 공부 습관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가령 두 학생이 수학 시험에 100점을 맞았다 해도 실력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A는 미적분 개념을 완전히 파악해서 문제를 풀었고, B는 그 문제를 풀 실력은 돼서 맞췄다. 기존 교육은 100점 맞은 두 학생에 똑같은 성적과 피드백을 주겠지만, 빅데이터는 다르다. B가 약한 부분과 실수하는 내용을 간파해 솔루션을 제공한다. 실제로 국내 에듀테크 전문기업들은 개인의 학습 습관을 분석해 찍어서 맞았는지, 확실히 알아서 풀었는지 등을 가려내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아직 초기 단계라 개인 과외에 비교할 수준은 못되지만, 빅데이터가 쌓이는 속도만큼 더 정교하고 개인화된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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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체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