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스팀교육을 받지 않았다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6-10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19-06-10
조회수
703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요즘 교육업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는 ‘창의’와 ‘융합’이다. 이 둘은 따로 쓰일 때도 있지만 보통은 함께 등장한다. 융합은 창의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창의성이라 하면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짠하고 만드는 걸 상상하게 되지만, 사실은 있던 것들의 조합인 경우가 많다. 창의성 하면 떠오르는 스티브 잡스 또한 카메라, 전화기, 녹음기, 컴퓨터 등 이미 있던 것들을 합쳐 ‘아이폰’을 만들었다.


단, 아무거나 막 갖다 붙인다고 작품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위에 열거한 제품들을 단순히 붙여 놨다면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덩치가 너무 커 들고 다닐 수 없는 데다 예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모두가 아는 것처럼 아이폰은 손안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에 매끈한 외관을 지녔다. 예전에 다 있던 기능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냈다. 융합을 통해 편의성과 감수성을 이끌어 낸 것이다. 잡스에게 A+B=AB가 아니라 C였던 셈이다. 융합은 있던 메뉴를 단순히 붙여만 놓은 ‘짬짜면’이라기보다, 서로 어우러져 새로운 맛을 내는 ‘짜파구리’와 같다.


그런데 융합 교육을 단순히 과목 간 연계로 생각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융합을 바라보기보다, 융합 자체가 목적이 된 듯하다. 스팀(STEAM)교육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스팀 교육은 지난 2011년 교육부가 창의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 수학(Mathematics)을 말한다. 이처럼 스팀이 이과 과목 위주다 보니, 영어, 역사 같은 문과 과목은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또 융합의 대상으로 보지도 않는다. 융합 교육을 5가지 영역에만 한정 짓는다.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IT 기술이 중요해진만큼, 수학과 과학은 핵심 과목이다.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문학 또한 상상력과 창의성의 보고다. 스팀에 없다고 인문학을 무시하면 아이를 계산만 할 줄 아는 기계로 만들 수 있다.


융합에 몰두하다 정작 중요한 흥미와 호기심을 놓치기도 한다. 주입식 융합 교육은 학생에게 가혹한 짐이 된다. 이전에는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5개만 공부하면 됐지만, 스팀에선 그것들을 조합해야 한다. 과학-기술, 공학-예술 등등 조합에 따라 과목 수가 늘었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A를 배우는 과정에서 B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AB 융합에 흥미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생력과 창의적 사고력이 개발된다.


스티브 잡스도 따지고 보면, 융합 교육을 받지 않았다. 정규 교육 과정을 제대로 밟지도 않았다. 잡스를 창의융합형 인재로 만든 동력은 호기심과 흥미였다. 그는 대학교를 중퇴한 후 흥미로운 수업이 있으면 몰래 도강했는데 이때 우연한 계기로 서체 디자인에 푹 빠진다. 당시에 배운 디자인 서체를 매킨토시에 응용해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에듀테크(Edutech) 기업들이 융합 교육을 선보이면서 흥미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코딩 교구는 게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재미를 살렸다. 그냥 배우면 딱딱할 기계 언어를 놀이로 배우는 것이다. 또 가상현실(VR), 인공지능(AR)을 활용한 실감형 콘텐츠와 게임러닝 또한 교육에 흥미를 더하고 있다. 과학, 수학 교과서와 연계된 커리큘럼으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다양하게 접목하고, 코딩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형식적 융합에 그칠 있는 스팀 교육의 본래 의미를 살리려는 노력이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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