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에 '당근과 채찍' 강화

작성자 
고민서 기자
작성시간
2021-03-15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사립유치원에 '당근과 채찍' 강화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 혜택이 확대되는 것과 동시에 회계 투명성과 공공성 등을 강화하기 위한 후속 대책이 마련됐다.

교육부는 지난 11일 '사립유치원 지원 및 공공성 강화 후속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교육부는 학부모 학비 부담을 경감시키고 사립유치원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과 운영비 보조를 확대하기로 했다. 누리과정 지원 단가는 지난해 24만원에서 올해 26만원으로 인상되며, 학급운영비(급당)도 42만원에서 45만원으로 확대된다.

또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한 미등원 및 등원제한 조치에 따라 유아가 방과후 과정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방과후 과정비가 정상 지원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1~2월 전면 원격수업 기간 중에는 방과후 과정비 지원 기준을 완화해 유치원의 정상적인 운영과 안정적인 돌봄을 제공했다"며 "기존 방과후 과정 신청 유아에 한해 지원하는 방과후 과정비를 한시적으로 전체 재원 유아 대상으로 지원을 확대한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감염 우려로 인한 유아 미등원에도 유아학비(방과후 과정비 포함)를 정상 지원받을 수 있도록 교외체험학습(가정학습) 인정 일수 역시 종전 최대 30일에서 60일로 대폭 확대된다.

한편 사립유치원은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노후시설 개보수, 통학차량 관리 등을 위한 적립금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되, 누적 적립금 현황과 사용 결과를 공시해 유치원의 회계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교육부는 '가업상속 공제' 대상에 유치원을 포함해 상속세를 일부 감면해 주고 대를 이어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공제 대상은 운영 기간이 최소 10년 이상인 유치원으로 한정하고, 만일 상속자가 가업상속 공제를 받은 후 유치원 폐원 등으로 가업에 종사하지 않게 된 경우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사립유치원 교사의 기본급 보조도 지난해 68만원에서 올해 71만원으로 인상된다.

그러나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사립유치원에 대해선 '유아 모집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교육부는 유아교육법시행령을 개정해 감사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유치원 불법명칭 사용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기준 상향 조정과 폐쇄인가 처리 기한을 연장할 예정이다.

코로나 '기초학력 부실' 어쩌나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들을 둔 A씨 부부(서울 동작구)는 지난 겨울방학 때부터 자녀에게 1대1 수학 과외를 붙였다. 외벌이로 한 달에 40만원씩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게 부담이지만, 1년 새 눈에 띄게 떨어진 아이의 수학 실력을 보고는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자녀의 수학 실력이 저하된 이유로 지난 1년간의 원격수업을 꼽았다.

A씨는 "아이가 제대로 따라오는지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 보니 아이 스스로 어느 순간부터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냥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며 "3학년 수학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 등교가 늘었다고 4학년 수업을 곧잘 따라갈 수 있을지 염려돼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시키게 됐다"고 전했다. 그동안 A씨 자녀는 태권도학원만 다녔고, 교과 관련 사교육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학기 등교·원격수업이 시작된 가운데 일선 교육 현장에선 부실해진 기초학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시작된 원격수업을 계기로 커진 학력 격차 문제 때문에 걱정이 앞선 학부모들은 부랴부랴 사교육에 손을 뻗고 있다.

지난 8일 NHN에듀가 2019년 2학기와 2020년 2학기에 시행한 '초등 1~6학년 대상 수학 학력평가 성취도 수준'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점수는 2019년 71.5점에서 2020년 57.2점으로 1년 새 20% 급락했다.

모든 학년에서 점수가 일제히 하락했는데, 수학 난도가 올라가는 3학년이 72.4점에서 51.8점으로 20.6점 떨어져 하락 폭(28.5%)이 가장 컸다. 다음으로 5학년이 72.5점에서 56.3점으로 16.2점 하락해 22.3% 낙폭을 나타냈다. 그나마 하락 폭이 가장 낮은 학년은 2학년이었으며 70.6점에서 62.1점으로 8.5점(12.0%) 떨어졌다.

NHN에듀에서는 성취도 기준 점수상 90~100점을 '우수', 75~89점을 '양호', 60~74점을 '보통', 50~59점을 '경계', 0~49점을 '기초 부족'으로 본다.

NHN에듀 관계자는 "2019년 2학기에는 전 학년에 걸쳐 수학 성취도가 평균 '보통'을 나타냈다"며 "코로나19가 덮친 작년 2학기는 초등 2학년만 '보통'이고 나머지 학년은 모두 '경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영어도 수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NHN에듀에서 시행한 '초등 4~6학년 대상 영어 학력평가 성취도 수준'을 보면 초등 고학년의 평균 점수는 2019년 2학기 63.3점에서 2020년 2학기 54.6점으로 13.7% 하락했다.

학년별로 보면 영어는 고학년일수록 성적 하락 폭이 컸다. 초등 6학년이 63.1점에서 49.3점으로 13.8점(21.9%)이나 떨어졌다. 성취도 기준으로도 '보통'에서 '기초부족'으로 떨어진 것이다. 다음으로 초등 5학년이 61.6점에서 53.7점으로 7.9점 하락하는 등 12.8% 하락 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성취도 수준은 '보통'에서 '경계'로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초등 4학년은 2019년 2학기와 2020년 2학기 모두 성취도가 '보통'이었지만 점수 면에서 4.3점(6.6%) 하락했다.

다만 이 같은 결과가 일부 한정된 학생을 대상으로 해서 나온 만큼 이달 중 전국 학교에서 이뤄지는 기초학력 진단평가 결과를 봐야 학력 격차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선 시도교육청은 개별 계획을 토대로 이달 안에 초등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모든 학생을 대상(지역 교육청별로 상이)으로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시행한다. 그러나 해당 진단평가 결과는 학생과 학부모에게만 전달될 예정이며 교육부 차원의 전국 단위 분석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시 확대 대학에 559억원 지원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로 대입 전형을 확대한 대학에 559억원을 지원한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1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 기본계획'을 지난 5일 발표했다. 이 사업은 대입전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강화해 교육과정에 충실한 고교 교육 여건을 조성한다고 평가받은 대학에 입학사정관 인건비, 대입전형 연구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75곳 안팎의 대학을 선정해 총 559억4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업에 참여하려는 수도권 대학은 수능위주전형의 비율을 30%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건국대·경희대·고려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서울대·서울여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 16곳은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2023학년도까지 40%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 등 강화된 조건이 적용된다.

반면 지방대학은 학생부교과전형 또는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30%까지 조정하면 된다.

지난해 사업비를 지원받은 대학은 중간평가를 통해 기준점수를 통과한 경우에 계속 지원을 받게 된다. 향후 중간평가에서 탈락한 대학은 신규신청대학과 함께 추가선정평가를 거쳐 지원 여부가 확정된다. 평가 지표는 크게 대입전형 공정성 강화, 대입전형의 단순화 및 정보공개 확대,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 강화, 사업 운영 계획 및 결과 등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교육부는 5월 중간평가, 6월 추가 선정 평가를 거쳐 같은 달 사업 대상 대학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고민서 기자 | esms46@mk.co.kr

<매일경제신문> 교육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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