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대한 첫인상이 만들어지고, 공부에 대한 태도가 다듬어지는 때가
공부를 본격적으로 처음 시작하는 초등 시기입니다.
따라서 초등 시기는 ‘공부 정서’가 만들어지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공부 정서’가 뭐길래요?
쉽게 생각하면 ‘공부를 대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입니다.
공부 정서를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관계’가 잘 만들어져야 하고
그러려면 ‘감정’을 잘 다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공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서 더 나아가서 사실 ‘공부 정서’ 안에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 소통하는 방식,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을
모두 담고 있는 것입니다.
초등 시기는 학령기이기 때문에 아이의 생활시간 중 많은 시간이 공부를 하는 시간입니다.
따라서 공부를 대하는 마음이 좋지 않으면 많은 시간을 좋지 않은 마음으로 보낸다는 의미가 됩니다.
반대로 공부를 대하는 느낌 즉 공부 정서가 긍정적이고 좋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긍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해요.
공부 정서가 긍정적이려면 어때야 할까요?
공부에 대한 객관적인 성취가 괜찮아야 합니다. 공부를 두고 부모님과 관계가 괜찮아야 합니다.
위 두가지는 닭과 달걀의 관계와 같습니다.
관계가 좋으니 좋은 성취가 뒤따르고요, 좋은 성취가 뒤따라서 또 관계가 좋지요.
여기서 좋은 성취라는 게 절대 1등, 상위권 이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성장을 스스로 느끼고 그 과정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에 공부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습니다. 물론 초반에는 공부를 재미있어 해요.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공부 양이 많아지고, 실패 경험이 쌓이고, 공부가 어려워지니까 공부 하기 싫어하죠.
즉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는 거예요.
우리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생각해볼까요?
사람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항상 좋을 수는 없습니다.
그 사람 때문에 상처도 받고 갈등도 생겨요.
그런데도 좋은 점이 더 많으니까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하게 되는 겁니다.
공부 역시 마찬가지에요.
힘들고 짜증나지만 결국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느낄 때 공부를 지속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공부로 인해서 갖게되는 부정적인 경험이나 감정이 무엇일까도 우린 생각해보고,
공부로 인해 갖게 되는 좋은 점을 어떻게 만들어줄까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일단 공부가 싫은 이유는 다양하죠.
평가받는 느낌, 혼나는 패턴
시간에 쫓기는 압박
모르겠는 답답함
자꾸 틀리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
놀고 싶은 마음을 억제해야 하는 것에 대한 짜증
잘 못할 것 같다는 불안...
이 모든 것이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그럼 공부를 견딜만한 경험으로
만들어주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다 끝내고 나서 받는 인정, 스스로도 알아볼 수 있는 성장, 공부를 끝내고 받는 물질적이거나 경험적인 보상,
이런 것들로 인해 자라나는 자존감, 뿌듯함 이런 것들이 있다는 거예요.
그럼 공부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것들의 패턴을 바꿔보고,
공부를 긍정적이게 만드는 것들을 더 늘려보는 것입니다.
(1) 관철 경험
끝까지 해냈다는 ‘관철 경험’이 중요합니다.
관철은 어려운 일을 뚫고 목적을 기어이 이룬다라는 뜻이에요.
울고 불고 짜증내도 결국 끝까지 마쳤다는 경험이 아주 중요한데요,
여기서 오해하시지 않아야 하는 게 너무 부담스럽고 어렵고 많은 양을 혼내면서
어떻게든 마무리를 하게 하라는 것이 절대 절대 아니죠.
너무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양을 확 줄여서 매일 그것만 꾸준히 끝내는 경험을 몇 개월 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양을 조금 늘리면 돼요. 그럼 여기서 불안이 올라와요.
너무 작은 양에 익숙해져서 양을 늘리는 게 그때가서 더 힘들까봐요.
아니에요. 아이들도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면 늘릴 수 있어요.
아주 작게라도 “끝까지 해본 경험”을 자주 주는 것! 이게 자기 효능감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 관철 경험을 작은 보상으로 연결해 주세요. 물론 관철경험 자체가 큰 보상이에요.
핵심은 ‘노력 → 완료 → 보상’의 구조를 익히는 것입니다.
아, 끝냈더니 상쾌하고 좋네. 할 만하네...하는 생각이요.
이런 경험과 감정 자체가 보상입니다.
(2) 성장 경험
성장했다는 것, 아이도 인지하기 힘듭니다.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성장을 인지시켜주세요.
작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
예전보다 더 오래 집중한 자신의 변화
어제 못 하던 걸 오늘 해낸 기쁨
이때, 부모는 이것을 놓치지 말고 말로 표현해 주세요.
“너가 저 문제 포기 안 하고 다시 도전했더라. 멋졌어.”
“지난주보다 훨씬 오래 앉아 있었네. 스스로도 어때?”
이런 말 한마디가 큰 동기를 만들어냅니다.
마무리에서 감정을 정리해주는 말은
공부에 대한 긍정 감정의 기억을 남깁니다.
(3) 지지 경험
공부는 스스로 해내기 힘들기 때문에 도와주는 것입니다.
공부 시작 5분 전, 고정된 준비 루틴 만들기를 예로 들면,
간단한 스트레칭
타이머 누르기
책상 정리
들을 통해서 일단 시작할 수 있도록 지지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습관이 안 만들어진 아이일수록 함께 공부하세요.
“왜 자꾸 딴짓해?”, “아까도 틀렸잖아”
라는 말이 아닌,
“이 문제, 조금 헷갈렸나 봐?”
“힘들구나. 엄마가 여기 해볼테니까 한번 봐봐.”
라는 말들을 통해 ‘지적’이 아니라 관찰하고 시범을 보이고 함께 해주세요.
공부는 머리로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의 공부 지속력은 ‘실력’이 아니라, 공부할 때 느끼는 ‘감정’에 달려 있습니다.
관철 경험, 성장 경험,지지 경험을 통해 공부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을 넘어서면
어렵거나 양이 많아졌을 때 그것을 딛고 지속할 수 있습니다.
‘문제 풀다가 재밌다’, ‘성공해서 뿌듯하다’, ‘몰라도 시도해보는 내가 괜찮다’는 식의 긍정적 감정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공부에 자주, 오래, 깊이 머뭅니다.
반대로, 늘 혼나고, 조급하고, 비교당하며 자라는 아이는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지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