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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나치수열로 피아노 연주하기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피보나치수열로 규칙 만들어 치는 피아노’라는 글이 올라왔다. 단번에 시선을 끄는 이 글에는 연주 영상이 첨부돼 있었고, 영상은 피보나치수열 계산 과정에 맞춰 건반을 따라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처음 접하는 아름다운 선율에 놀란 네티즌은 “피아노 연주하는 법, step 1: 수학 박사 학위를 딴다”, “수학이 다른 방법으로 날 울릴 수 있다는 걸 상상해 보지 못했다”, ’조심해 주세요. 다른 포탈이 열릴 것 같으니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중 지배적인 것은 단연 ‘신기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렇다면 피보나치수열로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피보나치수열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Music Form The Fibonacci Sequence’ 영상 캡쳐


자연을 닮은 수열, 피보나치수열

피보나치수열은 0과 1로 시작해 바로 앞의 두 수를 더한 수로 다음 수를 만드는 수열이고 이 수열에 속한 수를 피보나치수라고 한다. 숫자로 나타내면 0, 1, 0+1=1, 1+1=2, 1+2=3, 2+3=5, 3+5=8, 5+8=13, 8+13=21, 13+21=34, 21+34=55, 34+55=89,...과 같은 방식으로 나열되며, 점화식(수열의 항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F 0=0 , 1=1 , n +2=F n +1+F n


피보나치수열은 가장 널리 알려진 수열의 하나이자 수많은 곳에서 찾을 수 있는 수열이다. 피보나치수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450년 인도 수학자 핑갈라가 쓴 책이며, 이후로도 여러 인도 수학자들의 기록에서 피보나치수열을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수열에 피보나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202년 이탈리아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토끼의 번식 문제로 언급하면서 수열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피보나치수열은 수학이나 컴퓨터과학에서도 중요하지만, 자연물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상당수의 꽃과 식물에서 피보나치수열을 찾을 수 있다. 해바라기와 파인애플 등을 보면 씨앗의 배열과 열매의 배열이 피보나치수를 이루고 있고, 거의 모든 종류의 꽃잎이 3장, 5장, 8장, 13장, 등의 피보나치수로 돼 있으며, 줄기에서 나온 잎차례도 피보나치수에 맞게 배열한다. 잎차례는 90% 이상의 식물이 피보나치수를 따라, 피보나치수를 이루지 않으면 식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식물뿐 아니라 물리적 현상 곳곳에서도 피보나치수가 나타난다. 그만큼 피보나치수열은 안정적이고 자연을 닮은 수열이다.


다시 피아노 연주로 돌아가면, 연주자는 건반에 아래와 같이 번호를 매긴 뒤 오른손으로 피보나치수열을 그대로 따라가며 왼손으로 반주하는 방식으로 곡을 만들고 있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을 순서대로 하나씩 눌러 멜로디를 만든 것이다. 원리를 알고 보면 매우 간단해 누구라도 따라 칠 수 있다. 집에 피아노가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보자.



음악의 바탕은 수학

사실 피보나치수열이 멜로디가 된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애초에 음악과 화음, 화성의 개념 자체가 수학에 기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의 7음계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의 탄생 배경에는 다름 아닌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등장한다.


피타고라스는 어느 날 대장간을 지나다가 듣기 좋은 ‘어울리는 소리’를 들었고 이 소리를 탐구했다. 그 결과 어울렸던 소리를 낸 망치의 무게 사이에 6:8:9:12라는 정수비가 성립하는 것을 알아냈다. 무게가 2:1의 비율인 망치를 치면 높이가 다른 같은 소리, 즉 한 옥타브 차이의 소리가 났고, 무게의 비가 3:2인 망치가 내는 소리는 완전 5도 차이, 4:3일 때는 완전 4도 차이가 났다. 이 비율에 따라 길이를 조절해 만든 것이 지금의 7음계다.


그 밖에도 화음과 주파수의 비례, 순정률, 현의 길이를 나타내는 로그함수, 황금비, 푸리에 변환 등 수학과 연관된 다양한 음악 이론이 있다. 실제로 수학을 이용해 작곡하는 방법을 다룬 연구도 있다. 이쯤 되면 네티즌들이 수학으로 만든 음악을 신기해하는 게 더 신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근원적으로 그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니까 말이다.


피보나치수열 피아노 연주 들어 보기 (링크 있음)



박현선 기자 | tempus1218@donga.com

동아사이언스 <수학동아>에서 수학 기사를 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수학’이란 학문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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